[기획1-힐링임업]여성 감성으로 임업을 새로 쓰다
[기획1-힐링임업]여성 감성으로 임업을 새로 쓰다
  • 박금옥 기자
  • 승인 2019.07.13 2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연을 배우고 알리는 이경자 씨
감성과 임업의 컬래버레이션 시도
아이들의 놀이치료부터 임산물을 활용한 요리연구,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푸드 디자인까지. 임업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그녀는 혁신에 힘찬 첫 발을 내디뎠다.
아이들의 놀이치료부터 임산물을 활용한 요리연구,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푸드 디자인까지. 임업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그녀는 혁신에 힘찬 첫 발을 내디뎠다.

‘내조의 여왕’, ‘놀이치료상담사’, ‘만학도’, ‘약선설계사’. 그녀에게 붙는 수식어다. 충청남도 홍성 산자락에서 만난 이경자 씨는 인터뷰 내내 임산물 찬양에 침이 마르질 않았다. 10여 년 넘게 산과 씨름하다 보니 산에서 자라는 풀 한 포기의 귀중함을 뼈저리게 느낀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임산물은 쓰임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그녀는 나뭇잎이나 버섯, 산야초 등 임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 연구부터 아이들의 심리 상담에까지 임업의 외연을 넓히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여성의 감성을 십분 활용한 그녀의 시도는 가히 ‘혁신’이라 불릴 만했다.

임업에 뛰어든 만학도

이경자 씨는 만학도다.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 30대 후반 나이로 배움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뒤늦게 대학에 입학했다. 전공은 상담학. 나눔과 배움을 좋아하는 그녀의 성격이 한몫했다. 2002년 늦깎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미술치료 자격증도 취득했다. 부지런을 떤 결과다. 늦은 나이 배움의 길을 걸었고 임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전공을 택했지만 학교 졸업과 동시에 임업에 뛰어들었다. 이유는 특이하게도 내조였다.

“남편이 산림조합중앙회  충남도지회 특화품목 지도원입니다. 충남 홍성에 파견돼 조경수·표고·장뇌삼 지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학문으로만 알고 있는 지식의 한계를 느끼더라고요. 직접 나무 식재와 병해충 예방과 같은 산경험이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제가 나무를 키우며 조력자 역할을 자처했어요.”

자연을 공부하고 배우다

그때부터 이 씨는 부부 소유의 산 1만 3223㎡(4000평)과 임야 3305㎡(1000평), 임대한 부지 10만 9090㎡(3만 3000평)에 홍성군에서 재배되고 있는 다양한 나무를 식재하기 시작했다. 소나무부터 시작해 산수유, 산딸나무 등을 키우며 홍성 지역의 토양과 기후에 맞는 살아있는 현장 지식 습득에 나섰다. 지도를 필요로 하는 산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알리기 위해서다. 남편 김홍조 씨가 출근을 하면 이 씨의 연구는 시작됐다.
 

이경자 씨의 농장 전경
이경자 씨의 농장 전경

“굉장히 힘이 들었어요. 여자의 몸으로 나무를 가꾼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힘든 만큼 보람도 컸어요. 남편이 돌아오면 하루 종일 나무를 가꾼 일과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주말을 이용해 병해충을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시도도 해보기도 했고요.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남편과 이야기하다 보면 진짜 문제가 뭔지 보이더라고요."

사전 학습 임업인에게 도움

이 씨 부부는 이 같은 경험을 산주들과 공유하고 나서부터 소통이 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책에만 나와 있는 방법들을 현장에 녹이기에는 부족했는데, 부부의 경험은 지역 산주들에게 사전 학습효과가 됐기 때문이다. 느타리 성형 종균 보급도 부부가 함께 고민한 노력의 결과였다.

해마다 병종균을 잘라 빻아서 나무에 끼우는 작업을 하다 보니 손에 물집이 잡히고 피가 나는 등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시 여주 버섯연구소에 느타리 성형종균 보급을 제안했고 2년 만에 성형종균이 나와 임업인들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지금도 산주들이 성형 종균 보급에 일조한 이 씨 부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위기도 있었다. 1500만 원을 들여 배롱나무를 식재해 죄다 얼어 죽은 일도 있었다.

“배롱 나무라고 불리는, 정말 예쁜 꽃을 피우는 나무를 큰돈을 들여 키워봤어요. 농가 소득이 될 것 같아서죠. 그런데 그 해 겨울 한파가 몰아치더니 모두 얼어 죽었어요. 큰 손해를 보긴 했지만 저희에게는 공부가 됐죠.”

이 씨는 산주들이 피해를 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좋은 소득작물이라고 생각해 큰돈을 들여 투자했다면 어마어마한 피해가 났을 터였다.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겠다는 이 씨의 생각은 보이지 않는 내조에서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산의 선물, 세계에 알리다

이 씨의 도전은 이뿐만이 아니다. 산에서 나는 산야초, 산양삼 등과 같은 약용작물을 이용해 약선요리에도 도전했다. 직접 서울까지 찾아가 장아찌 명인에게 요리 노하우를 배워오는가 하면 대구 한의대 소속 교수들에게 약선설계사 전문 인력양성 과정을 수료했다.

“산자락에서 피는 우리나라 고유 악초와 발효효소로 장아찌를 만들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았어요. 그렇게 고생해 만든 장아찌는 반응이 엄청났어요. 느타리버섯과 생강을 첨가해 장아찌 만들었더니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로 찾는 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이경자 표 느타리 장아찌
이경자 표 느타리 장아찌

장아찌로 유명한 경상남도 산청에서도 이 씨의 장아찌를 찾는 이들이 늘었고 지난해 11월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슬로푸드 국제 페스티벌에서도 그녀의 장아찌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전 세계 43개국 장인 생산자와 요리사가 참여한 이 전시회는 슬로푸드의 가치와 멋진 농부의 진짜 맛을 경험하기 위한 취지다. 이 씨는 요리로 ‘산이 주는 선물’을 세계에 알렸다.

특히 접시 대신 플라타너스 잎을 활용해 ‘가을이 주는 선물’이라는 찬사를 받은 김밥 요리는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토종 청참외에 장아찌 쌈밥을 단무지 대신 넣은 김밥은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플라타너스 잎을 활용한 김밥.
플라타너스 잎을 활용한 김밥.

“아깝잖아요. 산에서 비일비재하게 보는 것들이고 쓰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 것 같아요. 산의 고마움을 요리로 느낄 수 있다는 것. 특히 도시민, 나아가 세계 사람들에게 산의 소중함을 어필하는 데는 요리만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홍성지역에는 환경과 지구를 생각하는 취지의 슬로푸드 나눔 모임이 있다. 이 씨와 같이 배움으로 똘똘 뭉친 슬로푸드 찬양론자들이다. 이들은 스스로 매월 슬로푸드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맞게 각자 음식을 개발해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