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프리즘] ‘비건 육아’의 모순
[먹거리 프리즘] ‘비건 육아’의 모순
  • 전빛이라 기자
  • 승인 2019.09.15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아이를 키우는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비건 육아’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자신이 채식을 해보니, 아이도 육류 없이 채소를 통해 충분히 영양을 섭취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이를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한 채식주의자가 자신의 SNS에 ‘비건 육아’를 태그한 후 자신의 아이에게 채식으로 구성된 이유식을 주고 있다며 밝혔기 때문이다. 해당 SNS를 본 일부 누리꾼들은 아직 인지 발달이 이뤄지지 않은 아이를 대상으로 채식을 강요하는 것은 ‘학대’라고 말하며 이 부모를 맹비난했다.

채식주의자들 대부분은 신념에 의해 채식을 하고 있다. 현대사회 들어 육류 섭취가 증가하면서 항생제 남용, 밀집사육 등으로 동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기에 ‘나 한 명’이라도 육류 섭취를 줄여야 이같은 ‘동물 학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간절한 소망과 희망에서다. 또는 종교적, 건강상의 이유겠다.

그렇기에 아직 인지 발달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자신만의 의견을 내기 어려운 아이에게 채식 식단으로 먹이는 행위는 분명한 ‘학대’에 해당한다. 특히 아직 치아도 자라지 않은 영유아에게 채식 이유식을 먹이는 것은 뭇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도 손가락질을 받는 행동이다.

과도하고 불필요한 육류 섭취를 줄이자는 것이 이들의 신념이지,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하며 한창 자라나야하는 아이에게 육류 섭취를 금지하자는 것은 잘못된 신념이다. 채식을 한다는 것은 내가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동물복지를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해 채식을 하는 것은 분명 칭찬받을 행동이지만 그걸 아직 인지 발달이 이뤄지지 않은 아이에게 강요하는 행위는 잘못된 행동임이 분명하다.

대부분의 소아과 의사들은 잡곡, 특히 현미의 경우 영유아가 소화시키기 힘들기 때문에 세돌 전까지 섭취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육류는 영유아의 뇌 발달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이유식, 또는 유아식을 할 때 육수 형태로라도 섭취하길 권한다.

하물며 육류 섭취를 금하는 절에서도 동자승에게는 육류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3월, 호주 시드니에서는 영유아인 자신의 딸에게 귀리, 토마토, 쌀 등으로만 구성된 채식을 강요한 결과, 생후 20개월 때 체중이 5kg도 되지 않았고, 모든 발육이 또래들보다 느렸다. 생후 3개월과 비슷한 발육 상태였다. 아이가 갑자기 일으킨 발작으로 복지시설에 발견됐을 당시 이는 하나도 없었고 입술은 파랬다. 손발은 차가웠고 혈당은 크게 낮았다. 근육은 전혀 없었다. 당시 부모들은 아동학대를 명목으로 실형을 받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최근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영국의 연구결과, 채식주의자가 고기를 먹는 사람보다 관상 동맥 심장 질환의 위험은 낮지만 뇌졸중의 위험은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옥스퍼드 대학교의 Tammy Tong 박사는 “채식주의는 몇 년 동안 크게 인기를 얻었지만, 실제로 우리는 이러한 식이요법의 잠재적인 건강상의 이점이나 위험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는 아직 모른다. 영유아 때부터 채식을 한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 사례가 없다. 영유아에 채식을 강요하는 채식주의자들에게 묻고 싶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몰라도, 내 아이가 그 첫 사례가 되길 바라는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