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프리카돼지열병과 한돈산업의 골든타임
[기자수첩] 아프리카돼지열병과 한돈산업의 골든타임
  • 전빛이라 기자
  • 승인 2019.09.19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것이 왔다. 생각보다 상륙시기는 더뎠다. 북한에서 발병한 마당에 우리는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잘 막아오고 있다는 우리의 안심과 나태를 파고들었다. 어떤 질병이든 가장 약한 방어선을 뚫고 들어온다. 17일 오전 6시 30분 ASF 확진판정이 나면서 그 즉시 이동중지 명령이 떨어졌다. 우리는 그 순간 ASF 미발생국이란 타이틀은 내려 놓았다. 

안타까운 재난이지만 위안 삼을게 있다면 눈부신 초동대처다. 발병한 농장의 농장주는 의심축이 생기자 즉시 당국에 신고했고 정부도 확진 판정 후 신속히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보통 가축 질병신고는 생존과 비견된다. 농가 입장에서는 전 재산을 걸려 있는데다 폐업의 갈림길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한번 질병은 평생 축산을 영위해 온 농민에게 큰 상실감을 주며 다시 재기한다고 하더라고 수 년이 걸린다. 되도록이면 현실을 회피하려 하고 그래서 신고가 늦어진다. 현실을 부정하는 농민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의심축 발생 후 농가의 조치가 돋보였다. 정부와 지자체가 ASF에 대한 교육과 홍보 등 그간의 노력이 빛을 본 결과다. 

문제는 그 이후다. 해당 농가의 모든 돼지는 살처분 된다. 일정부분 보상은 이뤄지지만 재기는 어렵다. 한번 질병이 발병한 농장에 돼지의 재입식은 물론이고 농장 운영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초동 대처가 빠른 농장에 대한 인센티브와 큰 혜택이 주어져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만 호미로 막을 사태를 호미로 막을 수 있다. 어찌보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질병에 대한 초기 방역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짜야한다. 

이번 사건은 한돈산업의 대격변기이기도 하다. 최근 회식문화 실종과 소비패턴의 변화로 이미 한돈산업은 큰 위기를 맞았다. 스페인 돼지고기인 이베리코의 인기가 대표적인 예다. 분명 ASF는 국내 돼지고기 소비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질병에 대한 공포는 소비를 급감시키고 공급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은 국내산 돼지고기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공급과 소비의 균열은 정육점과 외식산업으로 번지며 악순환 고리를 만들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전문가 대다수가 예상하고 있는 스토리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다.
한 대형마트의 바이어는 한돈산업이 열악할수록 품질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를 유통업계에서는 가격의 역설이라 부르는데 아직까지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축산 선진국인 유럽의 경우 우리보다 생산성이 두배에 가깝다. 국내 한돈 농가들이 체질변화를 꾀해야할 이유다. 

ASF 초동 대처처럼 발빠른 조치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한돈산업의 골격을 이번 기회에 재편해야한다. ASF는 한돈산업 전체에 대한 골든타임 시간표를 더욱 앞당겼다.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