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프리즘] 식탁 위 종자전쟁…일본 종자의 끝없는 ‘침범’
[먹거리 프리즘] 식탁 위 종자전쟁…일본 종자의 끝없는 ‘침범’
  • 전빛이라 기자
  • 승인 2019.09.22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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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나이가 20대 후반이라면 뇌 어디 한 구석에 ‘신토불이’라는 글자가 각인돼 있을 확률이 높다. 1989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을 앞두고 농협이 우리농산물을 이용하자는 취지로 ‘신토불이’를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하면서 전국 각지마다 대대적으로 신토불이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20대 후반 이후의 소비자들은 농축산물의 경우 같은 가격이면 국내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오늘 차린 저녁에 사용된 농축산물의 대부분도 국내산이었다. 원산지 표시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국내산 두부와 국내산 브로콜리, 국내산 양배추를 사용해 반찬을 만들었다. 쌀 역시 맛이 좋다는 국내산 쌀로 밥을 지었다.

그런데 이 사람을 참 안심하게 만드는 단어 ‘국내산’에는 숨은 비밀이 있다.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국내산’ 브로콜리는 100%가 외국 종자로 키운 것이다. 종자를 사용한 만큼 해당 국가에 로열티가 지불된다.

그 가운데서도 일본 종자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양배추의 약 90%가 일본 종자를 사용하고 있으며, 한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양파 역시 일본산 종자에 대한 의존도가 80% 이상에 달한다.

일본 품종 사용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일본에 지불하고 있는 로열티는 한 해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맛있다고 소문난 고시히카리 쌀과 요즘 쌀 계의 떠오르는 샛별인 히토메보레 품종도 일본산이다. 그것뿐인가, 퍽퍽하지 않고 꿀맛이 난다고 해 꿀고구마로 불리는 ‘베니하루카’ 품종도 일본산이다. 현재 국내 재배 면적의 40%까지 늘어난 베니하루카는 심지어 밀수로 들어온 품종이어서 국내에선 방제가 어려운 병해충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수 분야는 일본 종자 의존도가 더욱 높다. 겨울철 최고 간식인 감귤은 90%이상이 일본 품종이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샤인머스캣’도 일본 품종이다.

고시히카리나 감귤 품종처럼 개발된 지 25년이 지나면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그 뿌리가 일본에서 건너온 것임은 명백한 사실이다.

일본을 비롯한 외국 종자들이 이미 한 자리 차지고 있으니 정부가 많은 예산을 투입해 외국 종자보다 더 좋은 품질의 종자를 개발해도 우리 식탁에는 끼어들 자리조차 없다. 우리가 아무리 원산지 ‘국내산’을 확인해보고 식재료를 구입한다 해도 그 종자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소비자들은 알 수 없다.

당장 마트에 가서 국내산 브로콜리를 하나 들고 직원에게 어떤 종자로 재배된 것인지 묻는다 해도 대답을 듣기 힘들 것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일본의 기대처럼 금방 사그러들지 않고 점차 확대되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이 종자도 포함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국내 연구진들이 힘들게 개발한 더 좋은 품질의 국내산 종자로 재배된 진짜 국내산 식재료를 가까운 마트에서 손쉽게 만나는 날을 기대해 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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