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역순환’은 4차 산업혁명의 '오래된 미래'다
[기고]‘지역순환’은 4차 산업혁명의 '오래된 미래'다
  • 박금옥 기자
  • 승인 2019.09.28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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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성 산업경제학 박사(라이스텍 대표)
정종성 박사.
정종성 박사.

우리 조상들은 일주일에 수백가지 동식물을 섭취했다. 그러나 농업이 전파 되면서 식량의 다양성은 감소했다. 농업이 세계화되자 다양성은 더욱 감소하고 균일화되었다. 2016년도 기준으로 사람들이 섭취하는 열량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작물은 고작 열두 종에 불과하며 90퍼센트를 차지하는 작물도 열다섯 종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듯 지금의 먹거리 생태계는 스스로의 기반인 자연 순환과의 조화와 균형의 궤도를 이미 벗어났다. 한 극단에는 다양화가 있다고 할 때 우리는 전문화, 중앙화, 집중화, 세계화 쪽으로 지나치게 편향되어버렸다. 이를 다시 균형 상태로 만들어 놓는 데 도움이 될, 그리고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우리의 힘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정책과 실천 모델이 절실하다.

지역순환 경제의 여러 체계가 유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하지만, 만일 우리가 먹거리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다른 분야에서 하는 일체의 노력은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먹거리와 우리의 관계는 우리의 생태 환경과 맺는 가장 기초적인 관계다. 이는 바로 자연과 인간, 농촌과 도시의 관계이며 먹는 것이 바로 우리 몸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와 세계의 교류방식이며, 우리 존재를 규정한다. 식사는 굉장히 정치적이며 생태적인 행위이다.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선택이 우리 삶과 지역, 그리고 세계의 미래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열린 지역주의’라고 할 수 있다.

건강한 음식을 위해 시간과 값을 치를 만하고, 좀 더 건강에 좋은 식재료에 접근하지 못한다면 더 나은 음식을 즐기고 좀 더 건강한 삶을 살 기회 자체가 아예 사라져버린다. 신선한 먹거리에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증거를 찾는다면, 그저 그 지역 어디에든 있는 편의점에 가보면 된다. 편의점에서 먹거리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체계로는 우리의 고장난 먹거리체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그렇게 할 경우 단지 고밀도 가공식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줄 뿐이다. 더군다나 그렇게 되면 돈은 지역 안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게 될것이고 말 것이다. 결국 우리는 거주하고 있는 지역 안에서 생산된 과일, 채소, 육류를 소비하는 형태에서 너무나도 멀리 와버렸다.

최근 유행하는 ‘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기반의 정보통신기술의 획기적 발전 정도로 이해한다. ‘혁명(revolution)’이란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회전’, ‘순환(revolutio)’에서 유래한다. 그런 의미에서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연결, 탈중앙화/분권, 공유/개방을 통한 맞춤시대의 지능화 세계를 지향한다. 글로벌 사회 자체가 그런 방향으로 진화해가는 것을 보여주는 예로 ‘쉐어’라는 단어의 사용이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마케팅의 시장점유율(m/s)의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나눠가진다’라는 ‘공유’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80도 다른 의미의 가치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게 바로 진정한 의미의 ‘4차 산업혁명’이 아닐까.

누군가가 앞으로는 농민장터에서 식재료를 구매하겠다고 결심하고, 자그마한 텃밭을 만들고, 또는 새로운 지속가능한 식재료 공급사슬을 개발할 때마다 그사람은 지금 체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단지 우려하는 바는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좀 더 직접적으로, 좀 더 힘차게 바로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정녕 변화시키려고 한다면, 기성 모델을 구태의연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새 모델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는 ‘정책’을 혁신함으로써 가능하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구매력을 지역에서 생산, 가공, 준비된 제품을 구입하는 데 쓰고, 더 많은 지역 소유 기업들이 지역공동체로 수익을 환원한다면, 그때 지역경제는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지역 출신 사업자들은 지역 출신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지급하려 하고, 거꾸로 이 근로자들은 지급받은 돈을 지역 안에서 지출하려 할 것이다. 관건은 우리가 지역 생산자를 활용해 지역 주민을 위한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지역 안 먹거리 지출의 대부분을 지역 외부에 본사를 둔 거대기업의 이윤으로 유출시키느냐에 있다.

우리에게 새로운 대안들이 움트고 있다. 슬로푸드와 로컬푸드 운동이 그것이다. 자연스러운 식량의 생산과 유통을 통해 식품산업에서 지역을 지키는 운동이다. 지속가능한 먹거리 생태계를 위해 다양성 있는 농장이 그 대부분을 차지해야 하며, 식품을 공급받는 소비자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으로써, 이를 통해 ‘세계’와 ‘지역’의 조합으로 생물지역주의 체계가 제한적으로 안착한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순환형 열린 지역경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우선의 대안이다.

미래의 지역순환경제의 ‘혁명’은 어느 특정한 공식이나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 '오래된 미래'이다. 이는 얼핏 뒤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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