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프리즘] 자본의 역사와 먹거리 독립
[먹거리 프리즘] 자본의 역사와 먹거리 독립
  • 박금옥 기자
  • 승인 2019.09.28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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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채집과 수렵의 긴 역사를 지나 자연을 활용할 줄 알게 되면서 정착에 들어갔고 문명을 태동시켰다. 자연을 가공하고 작물을 재배하는 노동은 저장 가능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게 해줬고, 이는 자본으로의 활용을 가능케 했다.

다른 사람의 노동을 개인의 자본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사실은 인류에게 부의 축적과 식량 대신 쉽고 간편하게 그들을 매개할 수 있는 화폐의 필요성을 일깨웠고 자본이라는 개념이 인류에게 각인되면서 다양한 불평등이 파생되기 시작했다.

돈이란 개념도 인류 역사에 비춰보면 최근에 등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이라는 가치가 자본이라는 가치로 빠르게 치환되면서 인류의 긴 역사에서 자본의 위상은 어느새 어떤 유·무형의 가치보다 고귀한 존재로 거듭났다.

인류 역사에서 무수한 이념과 이론이 생성되면서 인간 중심의 가치가 자본에 어깃장을 놓기도 했지만 자본은 동서양을 넘나들며 모든 산업을 포섭하기에 이르렀다.

자본을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문명 태동기에 단순히 작물을 재배해 식량으로서의 가치를 탈피한 초국적인 개념으로 승격한 것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즉 자본은 넓게 보아 권력, 화폐, 노동, 기술 등 모든 것을 포괄한 집약체로 성장했다. 인간 먹거리 생산의 근본인 농업만 생각해 보더라도 자본 없이는 더 이상 영위할 수 없는 시대로 진입한지 오래다.

자연의 힘을 빌려 식량을 구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자본의 힘을 빌려 먹거리를 만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여기서 끝일까. 자본의 힘은 계속되고 있다. 대형 자본은 작은 자본을 호시탐탐 노리며 더 큰 자본으로의 성장을 꿈꾼다.

그렇다고 자본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본의 옷을 입으면 상품의 가치는 높아지고 이익이 늘어나며 산업도 성장한다. 하지만 자본은 언제 어디서나 탐욕으로 무장해 인류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 특히 노동과 가치를 중시하는 농업에 자본이 아로새겨질 경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마저 충족시키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자본과 먹거리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지만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에서 자본의 탐욕을 경계하고 감시하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든 자본에 귀속되는 먹거리에 의지해야 할지 모른다. 먹거리와 자본은 늘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독립을 보장받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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